[헤럴드신문] ‘무더위에 며칠 동안 잠을 설쳤다. 체감온도는 50도, 에어컨도 없다. 산소가 부족해서 숨쉬기도 힘들다. 입맛이 없어 열흘 넘게 굶다시피 했다. 며칠이면 나았던 감기도 낫지를 않고 심해지기만 한다.’ 양식광어가 느끼는 요즘의 상황이다. 나였으면 견딜 수 없는 환경이다.

유래없는 폭염으로 바다가 끓어오르고 있다. 광어가 살 수 있는 한계 수온이 28℃ 정도인데, 요즘은 매일 같이 30℃가 넘고 있다. 기후 변화, 지구온난화라는 상투적인 단어가 요즘에는 정말 피부에 와닫는다.

여름이면 매년 올라오는 고수온 어류 폐사 기사를 무덤덤하게 읽었었지만, 필자가 양식업무를 담당하게 되며 현장에서 본 광경은 이미 재난을 넘어섰다. 어민들이 1년 넘게 공들여 키운 광어 수만 마리가 고수온을 견디지 못하고 하얀 배를 드러내 누워있었다. 치워도 치워도 끝없는 사체가 썩어가며 냄새가 코를 찌르고, 허탈한 표정으로 죽은 고기를 퍼담는 양식 어민들의 모습은 내 머릿속에 재앙으로 각인된다.

이런 상황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도 작았다. 제주도에서는 액화산소, 어류면역증강제, 재해보험 가입 등을 지원하고 있는데 어가에 도움은 될지언정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보다 나은 방법은, 연중 17 ~ 20℃로 유지되는 지하해수를 자연해수와 섞어 수온을 조절하는 방법인데, 다른 지역에 비해 대정읍지역은 지하해수 개발이 제한되어 고수온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지하수 개발은 환경정책과 맞물려 있어서 변화가 쉽지 않다. 대정지역 양식어민 입장에서는 여름철 한시적 만이라도 지하해수 사용을 허용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대정읍 지역은 밭작물 경작이 많아 겨울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지하수를 이용하는데, 상대적으로 강우량이 풍부한 여름철에는 그 활용도가 낮아 이 시기에 어업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한정된 자원인 지하수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인간은 늘 불리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고 적응하며 살아왔다. 이제 일상이 되어버린 폭염, 고수온에 현명한 대응으로 양식산업이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먹거리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