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신문]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어린이날 노래처럼 5월은 어린이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으로 가득한 가족의 달일 것이다. 그런데 어른이 된 지금은, 특히 안전업무를 담당하게 된 지금의 5월은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우리에게 5월은 가히 ‘훈련의 달’이다.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 5일간의 화랑훈련, 풍수해를 대비한 두 차례의 응소 훈련, 그리고 송산동 자체 주민대피훈련까지……. 한 달 내내 크고 작은 훈련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혹자는 이런 훈련을 형식적인 것으로 혹은 구색 맞추기 정도로 치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5월 훈련을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며 깨달은 것이 있다면 그럼에도 훈련은 여전히 중요하고 계속하여 반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와 재난에 대한 대처능력은 어느 순간 턱하니 주어지는 것이 아닌, 시나브로 길러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훈련을 준비하며 우리는 지난 사고와 재해를 공부하고 당시의 언론 기사를 찾아보며 과거의 실수를 반성한다. 이를 바탕으로 훈련 상황을 구성하고 상황에 따른 적절한 대응 시나리오와 임무카드를 작성한다. 상황을 끊임없이 시뮬레이션 해보며 필요한 준비물을 떠올리고 매뉴얼을 확인해 나간다.

훈련을 통해서는 우리의 시나리오가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변수와 실수들을 다시 반성하고 개선해 나간다. 이러한 일련의 훈련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우리는 과거의 실수를 공부하고 현재의 역량을 점검하며 내일의 위기를 대비한다.

5월을 흘려보내며 더 이상 어린아이의 순수함도 남아 있지 않건만 어린이날 노래가 자꾸 입에 맴도는 것은 왜일까. 5월의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어린아이들이 뛰어놀며 조금씩 성장해 나가듯이, 반복되는 5월의 훈련을 통해 우리의 대처 능력도 시나브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는 마음의 위안 때문일까. 5월을 보내며 조그맣게 읊조려 본다.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